daily(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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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잠을
아주 제대로 자버려서 잠이 안 온다. 지금 시간은 3시 24분. 저녁에 티비앞에 누워서 잠이 들었는데 눈을 떠보니 11시 15분. 으메. 여차저차 시간이 지나고 있는데 역시 나는 밤체질인건지 밤이 되니 집중도 잘되고 사진 보는 것도 재미있고 글 읽는 것도 재미있다. 한참동안은 서점에 가도 뭔가를 사고 싶다는 욕망이 안 들었다. 마냥 무던한 시기라고나 할까. 회사생활 막바지의 그 무던함이 생활 깊숙이 파고들어서 참으로 무난했던 시기. 오늘 교보를 갔는데 슬슬 갖고 싶은 책들이 생긴다. 욕망이 이리 다시 생긴다는건 좋은 징조라고 생각한다. 최근 읽는 책에서 줄기차게 하는 얘기의 요지는 "자기 자신을 제대로 들여다봐라"다. 남에게 향하는 비난이나 불만이나 분노는 결국 자기 마음속에 있던것들이 남에게 투사되는 ..
2005.03.04 -
시점의 변화
학교를 휴학한지도 한참 되었고 그동안 학교를 가끔씩 놀러갔는데 그때마다 참 심심했다. 학교에 가면 다들 무언가를 하고 있는데 걍 놀러가보면 할일이 썩 많지도 않고 컴퓨터앞에 앉아 서핑이나 하며 깨작거리는 짓은 별로 재미가 있지도 않고, 다들 뭔가에 열중해있는데 괜히 말걸어서 수다를 떨고 싶지도 않고. 그런 방관자적 입장에서 시간을 보내다 시간되는 애들이랑 농구나 한판 하고 내려가는 길에 뜻이 맞으면 맥주 한잔하고 집에 오는 일상의 반복이었다. 집에 오는 길에는 왕십리에서 경원선을 타고 한강변을 따라 달린다. 야외로 달리는 전철이라 강쪽을 바라보는 의자에 앉아있으면 야밤 한강의 야경이 근사하게 펼쳐진다. 학교를 갔다 돌아오는 길에 가끔 감상해보곤 하지만 이상하게 학교만 다녀오면 피곤해서 왕십리에서 용산까지..
2005.03.02 -
며칠동안
1. 이사를 했다. 내방은 3층짜리 원룸들로 이루어진 건물의 4층..즉 옥탑방이다. 401호. 옥상으로 오는 문을 열면 오른쪽이 401호, 왼쪽은 402호다. 402호는 우리집에서 제일 비싼 방인데 옥탑이긴 하지만 예전에 물탱크로 쓰던걸 개조해서 만든거라 옥탑의 단점인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추운 현상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로 사방이 열려있어 여름에 바람이 잘 들어오고 겨울에 햇빛이 잘 들어 따뜻해서 좋다. 옆집이랑 붙어있지도 않아서 밤중에 옆집에서 떠드는 소리로 시끄러울 일이 없어서 좋다. 이점은 401호도 마찬가지. 아무튼 나는 401호에서 1년이 넘게 살았는데 그저께 402호로 이사갔다. 402호가 원룸치고는 좀 많이 큰 편인데 우리 집에 주로 문의해오는 사람들이 주로 싼방을 원하는 대학..
2005.02.24 -
민간인 첫날
오랜 메인몸 생활에서 벗어난 첫날, 적응을 못하고 낯설어 했다. 동생 졸업식이 있었는데 아침에 잠에 취해, 아니 이상한 나른함에 취해 시간을 보내다 결국 집에서 나가는 길에 졸업식 끝났다는 말에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가족들이 점심이라도 같이 먹자고 했는데 그 알수없는 무기력감때문에 걍 집에 와서 혼자 라면을 끓여먹었다. 저녁에 어무이한테 욕좀 들어먹었다. 욕먹어도 싸다.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다른 사람의 졸업식에 가본적이 한번도 없다. 동기들 대학 졸업했을때는 내가 회사를 다닐때라 못가고 그 이후로 늘 2월이면 회사를 다니고 있었기에 한번도 갈수 없었다. 회사에서 벗어난 첫날이 딱 졸업식이었는데 이날 딱 이 징크스를 지워버렸으면 좋으련만. 나의 실수. 없는 돈이라도 긁어서 동생한테 맛난 밥이라도 사줘야 ..
2005.02.19 -
썼다
퇴직원을 썼다. 3년짜리 족쇄가 풀리는 2월 17일까지만 딱 다니고 그 이후로는 자유다. 이 심정을 뭐라 표현하면 좋을꼬. 앞으로 있을 수많은 자유시간에 행복해하며 여행계획도 세워보고 자금도 체크해보다가 갑자기 4학년임을 자각하고 앞으로는 뭐해서 먹고 살지를 다시 생각하는 이 심정. 아무튼. 기쁘다. 냐하하하하하!!!!
2005.02.14 -
왠지
이건 나의 일상같아서 sole에 안 올리고 여기 올리기. 야밤에 사진을 이렇게 찍은 것도 오랫만. 오늘 집에 오는 길에 불광역을 걸어가다 찍은 사진. 한손으로는 문자를 확인하며 한손으로 얼렁뚱땅 셔터를 눌렀는데 다행히 안 흔들리고 볼만하게 나와 버렸다. 찍을때 표현하고자 한건 그냥 야밤에 걸어가는 소소한 풍경을 담기. 집에 가는 길에는 늘 터벅터벅 이 길을 걷는데 그냥 아무 생각없이 마냥 담고 싶은 날이 있잖아. 지금 이 시간의 공기와 시간을 그냥 담고 싶은 마음. 그 광경이 눈부시게 예쁘거나 하지 않더라도 그냥 담고 싶은 마음. 그 마음으로 담았습니다. 따끈따끈한 사진 2005. 2. 12. 저녁. 불광동
2005.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