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점의 변화

2005. 3. 2. 20:35daily

학교를 휴학한지도 한참 되었고 그동안 학교를 가끔씩 놀러갔는데 그때마다 참 심심했다. 학교에 가면 다들 무언가를 하고 있는데 걍 놀러가보면 할일이 썩 많지도 않고 컴퓨터앞에 앉아 서핑이나 하며 깨작거리는 짓은 별로 재미가 있지도 않고, 다들 뭔가에 열중해있는데 괜히 말걸어서 수다를 떨고 싶지도 않고. 그런 방관자적 입장에서 시간을 보내다 시간되는 애들이랑 농구나 한판 하고 내려가는 길에 뜻이 맞으면 맥주 한잔하고 집에 오는 일상의 반복이었다.

집에 오는 길에는 왕십리에서 경원선을 타고 한강변을 따라 달린다. 야외로 달리는 전철이라 강쪽을 바라보는 의자에 앉아있으면 야밤 한강의 야경이 근사하게 펼쳐진다. 학교를 갔다 돌아오는 길에 가끔 감상해보곤 하지만 이상하게 학교만 다녀오면 피곤해서 왕십리에서 용산까지 가는 그 짧은 시간동안 잠이 들고 했다.


오늘은 3월 2일. 학교에 05학번 새내기가 들어오는 날이며 새 학기가 시작되는 날. 2005년은 내 병특생활이 끝나는 날이며 내가 학교로 돌아가야 하는 해. 3월 2일은 그렇게 내게도 하나의 시작으로서 의미가 있는 날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학생증이 오래된거라 도서관같은데 들어갈데 문제가 있어서 바꿔야 한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들어서 학생증을 신청할겸, 겸사겸사 학교에 다녀왔다. 실습실에 가보니 예전과 다름없이 실습실의 뒷쪽 컴퓨터들에선 애들이 각자 무언가의 용무에 열중하고 있고, 구석탱이의 조교실에선 어떤 아해가 게임을 하고 있다. 안녕~ 하고 인사를 하고 노가리를 잠깐 떨고 나면 다시 심심한 분위기. 농구를 잠깐 하고 사랑방에 들러 저녁 먹는것도 구경하며 우연히 동기들이며 선배들도 만나고 물한잔 먹고 목을 축인후에 터벅터벅 걸어 전철을 타고 집에 갔다.

왕십리에서 용산행 전철을 타고 집에 간다. 해질무렵이라 하늘이 드라마틱하게 변한다. 이어폰에서는 패닉 1집. 달팽이가 흘러나온다. "집에 오는 길은 때론 너무 길어. 나는 더욱 더 지키곤해...." 로 시작하는 첫소절을 들으며 패닉 1집을 한참 들었던 대학교 1학년때, 고등학교때가 생각났고, 그냥 평소에는 잠들었던 한강의 야경, 그리고 저녁 하늘이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이제는 예전과 같지 않을것같다는 느낌. 진정으로 집에 오는 길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고나 할까. 방관자의 입장에서 들렀다 오는 학교가 이제는 다시 참여자의 입장에서 다시 나를 채울 공간으로, 무언가를 열심히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고, 시간을 떄우며 놀다 오는 학교다녀오는 길은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보람찬 발걸음의 여정으로 바뀔것같다는 생각. 그런걸 새삼 깨달았다.

자자.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