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동안

2005. 2. 24. 14:46daily



1. 이사를 했다.
내방은 3층짜리 원룸들로 이루어진 건물의 4층..즉 옥탑방이다. 401호. 옥상으로 오는 문을 열면 오른쪽이 401호, 왼쪽은 402호다. 402호는 우리집에서 제일 비싼 방인데 옥탑이긴 하지만 예전에 물탱크로 쓰던걸 개조해서 만든거라 옥탑의 단점인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추운 현상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로 사방이 열려있어 여름에 바람이 잘 들어오고 겨울에 햇빛이 잘 들어 따뜻해서 좋다. 옆집이랑 붙어있지도 않아서 밤중에 옆집에서 떠드는 소리로 시끄러울 일이 없어서 좋다. 이점은 401호도 마찬가지.

아무튼 나는 401호에서 1년이 넘게 살았는데 그저께 402호로 이사갔다. 402호가 원룸치고는 좀 많이 큰 편인데 우리 집에 주로 문의해오는 사람들이 주로 싼방을 원하는 대학생들인지라 잘 안 나간다. 결국 내가 살던 401호를 방구하는 사람들에게 내주고 나는 덕분에 넓디 넓은 402호로 이사를 갔다. 면적으로 치자면 예전 방에 비해 3.5배정도 넓어졌다고 해야하나. 신혼부부가 살림을 차려도 될만한 크기의 방인데 별로 가구나 이런것도 없는 두개의 방으로 이루어진 집에서 바깥방은 아예 보일러도 잠궈놓고 비워둔채로 안쪽방만 쓰는데도 집에서 혼자 있으면 목소리가 울린다. 방의 반쪽은 텅비어있는셈.


2. 이사와 관련된 잡설
내 책상은 1989년에 생산된 것이다. 보르네오에서 나온 사무용책상인데 무지 무겁고 튼튼하다. 이거 옮기려면 성인 남자 두명이 겨우 들정도의 무게이며 그래서 조립된걸 풀었다 다시 조립했는데 혼자서 하느라 낑낑대고 혼났다. 튼튼하고 넓긴 하지만 그래도 쓸데없이 크다. 89년에 이 책상을 아부지가 사오셨을때 어무이랑 부부싸움을 대판 하셨다. 애들방에 공부용책상으로 쓸건데 뭐하러 비싸고 크고 무거운 이런 책상을 사왔냐고 어무이가 바꿔오라고 하셨지만 우리 아부지는 고집을 부리며 그냥 쓰라고 했고, 화가 나신 어무이는 책상을 내던져버리셨다. (아직 조립되기 전이라서 내던지는게 가능했겠지..) 아무튼 그 후로 15년이 넘도록 별탈없이 잘 쓰고 있으니 아부지의 선견지명이랄까.

이사와서 제일 맘에 드는건 잃어버린 TV 리모콘을 찾았다는 것! 꼭 방안에서 뭐 하나씩 잃어버리곤 하는데 예전에 티비를 옮기다 리모콘을 잃어버려서 무지무지 귀찮았는데 침대를 옮기다보니 침대 아래 어두운 곳에 리모콘이 숨어있었다. 방도 넓어졌는데 리모콘 없으면 무지 고생했을텐데 다행이다.

두번째로 맘에 드는건 햇빛을 가득 받을 수 있는 창문이 두개라서 아침에 밖이 밝아오면 그 빛이 방으로 그대로 들어오고 오후가 되면 옆쪽 창문으로 햇빛이 방안으로 자연스레 비친다. 환해서 참 좋다. 예전방은 서쪽으로만 하나의 창문이 나있어서 아침 햇살도 낮의 햇빛도 방에 안 들어와서 참 아쉬웠었다.

이사하는건 별게 아니었는데 인터넷 연결하느라 고생좀 했다. 헝그리하게 하나의 회선에 공유기 연결해서 3집이 인터넷을 같이 쓰는데 그 3집이 따닥따닥 붙어있는게 아니라 하나는 301호, 하나는 401호, 하나는 205호다. 꽤나 멀리 떨어져있어서 길고 긴 랜선을 회사에서 만들어와서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번에 이사를 가면서 401호의 서늘 402호로 옮기자니 선이 짧고, 회사를 안 가니 회사에 있는 랜장비들을 사용할 수 없어서 어찌 할까 고민하다 회사의 후배한테 잠깐만 가져오라고 해서 하루 빌려서 집에 있는 랜선 잡동사니로 만들었는데 길이가 짧은 상태가 발생. 결국 동네컴퓨터가게에서 장비를 빌리는 생쑈끝에 겨우 인터넷이 되게 만들었다. 인터넷이 딱 뜨는 순간의 그 짜릿함. 역시 삽질끝에 낙이 온다. ;;;;;

랜선삽질중 알게된 사실. 랜선을 돈주고 사면 무지 비싸다. 1m짜리를 천원받고 파는군-_- 내가 지난번에 회사에서 만들어온 랜선은 30m짜리였다. 그것도 두개정도 -_- 6만원어치인가. ==33


3.
최근에 읽는 책은 정신분석에 관련된 여행기. 예전에 참 재미있게 읽었던 작가가 유럽여행을 하면서 느낀 점들을 정신분석과 관련해서 쓴 에세이인데 책 여기저기 뜨끔뜨끔한 구절이 많아서 참 집중해서 읽었다.  그리고 그제 눈이 많이 오고 바람이 불던 날 내가 참 좋아하는 배우가 자살했다. 서지원, 김광석, 장국영때와 느낌이 마냥 달랐던 것은 내가 참 좋아하는 배우라는것. 카이스트에서 눈이 맞은 후 고등학교때부터 줄곧 같이 커왔었는데 참 아쉽다. 마음을 잘 다스려야 겠다. 행복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