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8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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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운상가
LOMO LC-A, KONICA 100 어느 따뜻한 날 종로를 거닐다가 그냥 세운상가에 가보고 싶었다. 세운상가...... 예전에 용산전자상가보다 먼저 각종 오락팩이나, 오락기계, 전자제품들을 팔던, 아이들의 아지트이자, 빨간책들을 구하기 위해서 돌아다니던 곳... 발길 닿는대로 골목 깊숙이 가다보니 허름한 곳이 나왔다. 구닥다리 전파상을 연상케 하는 집들이 주욱 늘어서 있는곳. 종로에는 이런 허름한 곳이 참 많은데 여기는 특히나 예전 70년대의 분위기가 많이 났다 사진에 나오는 곳은 그런 가게들에서 약간 벗어나면 있는 식당가.. 그런 가게에 일하는 아자씨들이 주로 이용하는 식당이라. 분위기도 어째 구질구질하고 그렇다.. 근데 괜히 정겨워 보인다. 길바닥에 엉성하게 박혀있는 블록들. 온당식당. 그리고 문..
2001.04.11 -
블라인드...
LOMO LC-A, KODAK 100 회사에 내 책상의 오른쪽 앞에 있는 블라인드.. 언제나 나를 향한 햇빛을 가려주는 블라인드... 무얼 그렇게 가리려고 안간힘을 쓰는걸까? 눈가리고 손묶고 의자에 앉힌채로 세상을 그냥 받아들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 나는 가리지 않은 순수한 모습이 보고 싶은데 그리고 나도 나의 가리지 않은 순수한 모습을 보고 싶다. 나조차도 나에게 다가설수 없으니, 남에게 다가선다는 말은 어찌보면 어불성설일지도 모른다 다시 또 나를 괴롭히던 화두가 튀어나왔다. 나 와 너 .... 도대체 나와 너는 어떤 관계일까....
2001.04.07 -
봄비
LOMO LC-A, KODAK 100 아마도 눈이 오는 날이었을거다.. 이 사진을 찍을때는 분명 눈이었는데 찍어서 나온 사진을 보면 눈은 안 보이고 흔적만 남아있는게. 참 이상도하지.. 어디로 갔을까? 저 계단을 참 많이도 오르락내리락거렸는데, 새학기 처음 등교할때는 길고도 긴 계단이었지만 이제는 여유있게 두계단씩 성큼성큼 올라가면서 노래까지 따라부를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으니.. 나도 왠만큼 적응이 된것같네..... 아주 멀리..국철을 타고 밤에 지나가다가도 이 계단은 또렷하게 보인다. 학교의 한 가운데에서 저 환한 조명을 받고 있는 저 계단.. 그 위로 참 많은 것들이 흘러간것같다. 안타까움으로 바라보던 한마당... 늘 바라볼때마다 이뻐서..잡고만 싶던 하늘들. 그리고 시간들.. 계단을 따라서 흘러 내..
2001.04.06 -
Untitled
LOMO LC-A , KODAK 100, 어느 추운 날 명동에서... 길을 가다 문득 옆을 보면 아무도 없을 때가 있다 원래 아무도 없던 자리일까? 누군가를 위해 비워놓은 옆자리일까. 내 옆에 있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있어야 하는 것인가..? 왜 있어야 하는 걸까. 내가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것은 내게 속해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은 그리고 앞으로 내게 속할거라 생각했던 많은 것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멀고 먼 길이 있다 앞으로도 한참을 가야 할 길 끝이 어떤 모습인지는 알수 없지만 그래도 가야한다고 굳게 믿으면서 한발짝 한발짝 나를 채찍질하면서 내딛게 만드는 그 길.. 그 길가에 앉아서 그냥 앉아서 쉬고 싶다 멋진 나. 되고 싶은 나 이런것들은 버리고 그냥 지금의 나... 나 그대로 그냥 굳어져버렸으면 좋..
2001.04.01 -
수다 II
LOMO LC-A KODAK 100 수다떨던 날 수다떨 상대를 기다리면서 찍은 자화상... 요새 로모가 생기면서 부쩍 내 사진을 찍는 횟수가 늘어나는데. 언제나 느끼는건 사진속의 나에 대한 어색함. 어쩜 저렇게 다른 사람같은지. 내가 거울을 잘 안 보는 편이라지만 그래두 20년이 넘게 같이 살아온 내 얼굴인데 낯설게 느껴질다니.... 다른 사람들의 얼굴은 나에게 익숙한데 나 자신의 얼굴은 나에게 익숙하지 않다는거. 참 웃긴 일인거같다.... 나에게 익숙한 얼굴들..... 요새는 커피숍이 참 가고 싶어진다. 사진을 찍을만한 이쁜 조명과 장식들이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사진을 찍으면서 조용히 이야기를 할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는게 참 좋다. 요새 내가 심하게 앓고 있는 7시병의 해결책중의 하나라고 볼수도 있을..
2001.03.29 -
연탄아궁이
LOMO LC-A / KODAK 100 종로에 갔었다. 날씨가 따뜻한 일요일 오후 나른한 몸을 이끌고 광합성을 하러 종로에 갔다가 세운상가쪽으로 들어갔다. 굽이굽이 구부러져있는 상가의 복잡한 골목 한가운데에서 이것을 발견했다. 연탄 아궁이.... 요새는 쉽게 볼수 없는 것... 왠지 너무 정겨워 보였다. 힘이 다 빠져서 색이 바랜 연탄재가 쓸쓸하게 들어있는 아궁이의 모습. 예전에 저 연탄불 위에 쥐포를 구워먹던 생각도 나고. 번개탄을 가지고 열심히 불을 붙이던 생각도 나고.. 할머니의 느낌이다.. 힘이 빠진 연탄재를 보고 있으면.... 평생 자식들 뒷바라지하느라 곱게 샌 머리색깔.. 힘든일만 하느라 굽은 허리.. 그래도 늘 정겨운 웃음을 주는 할머니.... 그런 느낌이었다.. 마지막까지 연탄재로 눈위에 ..
2001.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