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2006. 6. 29. 22:22daily

막 오다가 갑자기 뚝 그치는 이상한 저녁이다. 전철역에 내리니 비가 마구마구 쏟아진다. 집에 우산가져달라는 전화하기도 귀찮고 해서 쏟아지는 비를 몽땅 맞으며 집에 걸어가서 흠뻑 젖은 옷을 잘 마르게 옷걸이에 걸어놓았다. 아. 창문을 보니 비가 그쳤다. 5분만 기다렸어도 비 안 맞었겠구나.


어쩌다 밀렸던 PC세팅일을 하게되어 늦은 퇴근을 하게 된 날.  버스정류장에서 내가 맡고 있는 CA부서인 사진부의 부장아이를 만났다. 미술반이라 보통 학교 끝나면 자율학습은 안하고 바로 학원으로 가는데 오늘은 학원 안가는 날이라 집으로 간댄다. 원래 학교에서 저녁급식은 공짜로 주기때문에 배가 고프면 먹고 갈수도 있지만 왠지 급식을 먹기 싫어서 고픈 배를 움켜쥐며 집에 가려는 찰라에 이 아이도 집에 먹을게 있을까 걱정된다길래 같이 버거킹에 들어가서 와퍼세트를 시켜놓고 한참을 수다를 떨었다.

아 아이. 은근히 특이하다. 참 얌전하게 생긴 아이. 한반이 24명인 미술반에 두명뿐인 남자중 하나. 평소에 과자같은건 일절 입에 안대고, 피자나 햄버거같은것도 굳이 찾아서는 안 먹고 그러면서도 같이 얘기를 하고 있으면 자기 친구들이 하는 행동에 대해서  "에이 고등학생이라서 그러죠 뭘"  이라고 말하는 애늙은이같은 아이. 얘랑 한시간정도 얘기를 했던것같다.

담당교사의 잔소리라고나 할까. 대다수의 CA부서들이 그렇겠지만 사진부역시 별다른 활동없이 그저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판국이다. 게다가 이번 학기에는 유난히 토요일에 빠지는 날이 많아서 실제로 사진 찍으러 나간건 한 학기에 딱 한번밖에 없었으니 활동이 부진하다고 말할 건 없지만 그래도 뭔가 허전한건 사실.

이런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건 참 어려운것같다. 하나의 조직을 이끌어가고 사람들과 같이 앞으로 나아가는 것. 너무 큰 덩어리의 이야기로 참 많은 것들이 연관되어 있기에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할지 모를 것들. 나라고 별다른 방법을 알지는 못하고 그저 지금 이런게 참 별로더라. 이런건 너네는 어떻게 생각하니. 류의 질문과 내 넋두리만 늘어놓은것같다.  그래도 이놈과 얘기하는건 재미있구나. ㅎㅎ


날이 후덥지근. 저녁인데 내 방은 왜 이리 후덥지근한지
바람아 불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