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흘러가고 있는 세월

2009. 5. 18. 01:11daily

오랫만에 포스팅한다. 그동안 이것저것 쓸거리가 많았는데 타이밍을 놓쳐서 글을 남겨놓지 못하니 아쉽게 하나둘씩 잊혀진다. 오늘에라도 이렇게 글을 남겨서 흔적으로 남겨놓아야겠다는 생각에 글을 끄적거리는 일요일밤.

오늘은 낮에는 김씨표류기를 보고, 저녁에는 올림픽공원에 가서 이승환 콘서트를 본 바쁜 하루였다. 그리고 금요일에는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아이들의 편지를 받고 무척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지금은 캔맥주 500 두개를 마셔서 알딸딸한 상태에서 글을 끄적거리는 일요일 늦은 밤.

작년 이적 콘서트때나, 작년 카니발 콘서트때나, 오늘 이승환 콘서트때나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세월의 무게랄까.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흘러서 내가 좋아하던 가수들은 40대에게 가까워지고, 나도 어느새 30대에 진입했고,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이랄까. 뭔가 좀 씁쓸하면서도 쉽게 고개가 끄덕여지는 그런 기분. 지금까지 뭐하고 살았나 생각해보면 좀 한심한 마음도 있지만 그래도 나는 지금의 내 모습이 딱히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기에 괜찮다. 다만 조금 아쉬울 뿐.

밤늦게 집에 오는 길에 목이 말라 슈퍼에 들러 캔맥주 500씨씨짜리 두개를 사왔다. 거실에서 티비를 보면서 맥주 한캔을 마시고 나머지 하나는 내일 마실 계획이었는데 맥주가 술술 넘어가는 바람에 결국 두캔을 다 따고 말았다. 때마침 티비에서 나온 CSI에서는 그동안 열심히 근무하던 알렉스가 떠나는 장면이 나온다. 요즘 종종 생각하는 내 직업 "교사" 라는 것에 대한 생각이 오버랩된다. 나는 얼마나 좋은 교사일까. 우리반 아이들에게 나는 어떤 의미일까. 스승의 날은 나를 위한 날이긴 하지만 되려 나를 반성하고 나에 대해서 조금 더 냉철하게 보게 되는 계기가 된것도 같다. 많이 부족하고 무척이나 게으르고 무책임한 교사인 내 모습을 아주 잘 볼 수 있게 된 그런 시기. 이런 다짐이나 반성이 단지 반성으로만 끝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부디.

2009, 관악산


우리반 아이들은 이제 슬슬 나한테 적응하는것같다.  굳이 내가 요구하지 않아도 자기들끼리 컨셉을 잡아 시체모드를 연출해주고 있으니말이야. 다음주에는 제주도 수학여행을 간다. 이녀석들이랑 재미있는거 많이 담아오고 싶은 마음에 2년차 초짜 담임은 마음이 콩닥콩닥.ㅋㅋ 사실은 단지 수업을 땡땡이친다는게 기분 좋은 것일지도.

아무튼 아카시아 향기가 참 좋은 오월이다. 우리 모두 잘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