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일상도 일상이 된다

2008. 4. 3. 09:08daily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8, 싱가포르


평소에 잘 일어나지 않을 것같은 가슴벌렁벌렁한 일도 자꾸 반복되다보면 어느새 일상이 되어버린다. 아부지가 병원에 계신지도 벌써 2달이 넘어가고 있고, 위독한 상태에 빠진 적도 있지만 요즘은 다시 좀 괜찮아지셔서 가벼운 운동도 하고 그러신다. 일주일에 2-3번은 병원에서 어무이랑 같이 자고, 나머지 날들은 집에 가서 자는 생활이지만 이것도 어느덧 일상이 되어 버린것같다.

누군가의 죽음이란 늘 슬플 수 밖에 없는 일인것같다. 오늘 아침 뉴스에서 본 거북이 멤버 터틀맨의 죽음도 그렇고, 그동안 우리 곁을 떠난 수많은 사람들도 그렇고. 원래 존재했던 것들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 이미 사라질 것임을 알고있지만 그래도 그 사라짐은 쉽게 용납할 수 없는 것인가보다. 가지고 있던 물건도 사라지면 은근히 속상한데, 눈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온기를 느끼던 사람이 사라진다면 그 허전함은 오죽하랴.


어제 2008년 들어 처음으로 농구를 했다. CA 농구부를 작년부터 맡았었는데 작년에는 한번도 아이들과 안했다. 어제도 그렇게 출석체크만 하고 가려다가 왠지 몸을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슬리퍼를 질질 끌며 아이들과 한게임 뛰었다. 체육관 바닥이 미끄러워서 예전 내가 고등학교 다닐적 흙바닥에서 슬리퍼로 농구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50분정도 게임을 뛰었는데 뛰고 나니 삭신이 쑤시고 허리가 결린게 장난이 아니다.

학교에서 저녁을 먹고 병원에 갔다 집에 오는 길에 허리가 너무 아파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어기적어기적거렸다. 너무 아파서 머리가 핑 돌 정도. 겨우겨우 집에 오긴 했는데 오늘도 영 편치가 않다. 오늘은 학교에서 돌아다니지 말고 내 교실에 콕 박혀 있어야지.


일상이 반복될 수록 탈출하고 싶어진다. 그래서 또 여행을 꿈꾸게 되나보다. 2008년을 시작했던 싱가폴을 떠올려보는 목요일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