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2008. 3. 16. 20:29ㆍdaily
2008, 집
1.
아부지, 어무이가 40여일만에 집에 오셨다. 병원에 계속 계시다 며칠간 외출을 나오신것. 며칠동안 맛있는 것이라도 많이 드시고 편하게 계시면 좋을텐데 그마저도 잘 못하신다. 예전에 그렇게 에너지가 넘치고 오지랖넓게 온동네 대소사에 다 관여하던 그 양반은 어디론가 가버리고, 몸조차 가누기 힘들고 식사도 힘들어하신다.
원래는 오늘까지 집에서 쉬시다 월요일에 병원에 다시 들어가실 예정이었는데 상태가 안 좋으셔서 오늘 다시 병원으로 가셨다. 차에 자리가 없어서 나는 같이 병원에 못 가고 주차장까지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고 내려갔다.
거울을 봤다. 아부지랑 나랑은 참 많이 닮았다. 대개의 아들들이 그렇듯이 우리 부자도 썩 좋은 관계는 아니다. 평소에 대화라곤 공통관심사인 야구 이야기일뿐, 그 이외에는 많은 대화를 나누지 않는 그냥 그런 사이.
그래도 난 아부지를 참 많이 닮았다. 외모도 그렇고, 이런저런 잡다한 재주가 많은 것도 그렇고 눈치빠르고 적응 잘하는 것도 그렇다. 태어나서 한번도 내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고, 그건 내가 아부지가 하는것을 봤을때도 그랬다. 머리 좋고, 똑똑한건 분명히 아부지에게 물려받은 재능이다.
거울을 봤다. 예전보다 15kg은 빠진 얼굴. 나랑 분명 많이 닮았었는데 오늘 본 얼굴은 나랑 조금 달라 보였다. 며칠전 부축해드리면서 만져 보았던 아부지의 등이나 어깨 또한 참 많이 달라졌다.
2.
어무이가 그간의 일에 대해 물어보셨다. 자세히 대답하기 싫어 그냥 성격차이라 대답했다. 혹시나 아부지때문은 아니냐고 걱정하신다.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그냥 둘 사이의 문제때문에 그런거라 대답했다
어무이는 날 걱정하신다. 가뜩이나 아부지때문에 맘이 불편한데 어떻하니 난 니가 걱정된다 라며. 되려 미안한건 난데.
3.
아부지가 병원에 가신후, 혼자 집에 남아 있는데 거실에 아부지가 누워있던 자리가 남아있다. 방금전까지 누워계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