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날들
2008. 2. 25. 00:10ㆍdaily
2008, 양평
텅빈채로 두달을 보내며 어느새 겨울방학은 끝나가고 있다. 방학이 끝날때쯤에는 늘 이렇게 허무하고 아까운 느낌이 들긴 하지만 이번에는 그 정도가 심한것같다. 하긴 싱가폴-말레이시아 여행 다녀온것 말고는 아무 것도 한게 없다. 아무것도 한게 없으면서 머리속으로는 참 많은 것을 한 두달. 참 많은 것.
어제 다녀온 동문회는 참 오랫만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 많과 왁자지껄한 곳은 피하게 되었다. 묘하게 기분이 다운되는 증상은 이번에는 없었는데, 듣기 싫은 질문과 대답하기 싫은 질문때문에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질문한 사람들 탓은 아니지. 모르고 질문하는데 무슨 죄가 있으랴.
술도 몇 잔 안하고 집에 오는 길은 너무 추웠다. 토요일에는 그렇게 따뜻하더니 일요일은 참 추웠다. 역곡역에서 집까지 걸어오는 동안 귀에는 연애시대 OST가 흐르고 있었는데. 노래가 좋아서 그런건지, 아님 맘이 동해서 그런건지, 아님 날씨가 너무 춥고 바람이 매서워서 그런건지 몸이 으슬으슬 떨렸다. 아 춥다. 춥다라고 계속 되뇌이면서 걸었다. 어쩌면 눈에서 살짝 눈물이 맺힌 것도 같고.
집에 오는 길에 그냥 들어가기 허전해서 슈퍼에 들러 캔맥주 두 캔을 샀다. 녹화해둔 무한도전을 틀어놓고 티비 앞에 앉아 시청. 겨우 두 캔인데 다 먹고 나니 티비 앞에서 잠들어버렸다. 부시시 눈비비고 일어나 방에 들어가서 잠들었네. 집에 오는 길에 참 생각이 많았는데 맥주 먹고 아무 생각 없이 잠들어버리는것도 나쁘지 않은듯
아침에 일어나니 또 집에 아무도 없다. 멍하니 있다 라면을 끓여먹으면서 티비를 봤다. 라면을 먹고나선 티비를 보며 쇼파에서 잠이 들었다. 깨보니 4시. 잠시 멍하니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가 1박2일을 보고 저녁으로는 짜파게티를 끓여먹었다. 잠시 누나네 약국 컴퓨터 봐주러 나갔다 다시 집에 들어와 티비 시청.
그렇게 하루, 하루를 잡아먹으면서 난 살고 있다. 이게 사는건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