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낀 날......

2001. 11. 23. 01:56daily

어제 뉴스의 일기예보.
오늘은 평년보다 6-7도 가량 기온이 높은 10월 중순의 기온을 나타날것이다......
그러나..오늘 아침에 눈을 뜨니 왠지 모를 그 싸늘함.....
창문을 열어 밖을 보니 뿌연 하늘... 안개가 잔뜩 끼어 있고..

왠지 모를 노곤함은..아마도 어제 하루종일 집에서 잠만 잔 후유증인것같아서.
다시 엎어져 잠이나 잘까..하는 마음을 떨쳐버리고.. 아침 대충 챙겨먹고 집을 나섰다..

이상한 날씨..
추운건 아닌데..왠지 싸늘한 느낌..으스스한 느낌.. 안개때문에 하늘에 습기가 많아서
그런게 아닌가 하는 나만의 엉성한 추리~~

아침에 잠이 덜 깼는지... 지하철에서 오랫만에 잠을 푹 잤다.
덕분에..왕십리역에 도착했을때는.. 겨우겨우... 허둥지둥 내렸따..^^;;
그냥..학교로 올라가려니..뭔가 아쉬움이 든다..왜 나는 맨날 같은 길만 가려고 하는가..
갑자기 이 생각이 들어서.. 왕십리에서 학교갈때 자주 안 가는 구석진 곳으로 갔다..
왕십리라는 이름에 걸맞게 뭔가 구질구질한 느낌의 가게들이 모여있는곳..
무척이나 오래된 은행나무 몇그루가 무더기로 모여있고.. 오래된 아주 큰 나무들과
그 아래 쌓여있는 낙엽들이 많이 있는 구석진곳...

그리곤..학교 정문에 도착.. 학교에 올라갈까 하다가..오늘은 그냥 여유를 부리자는 생각으로.
다시 한양대역 밑으로 통하는 지하도를 지나 학교후문쪽으로 갔다...
오랫만에 가보는 종합운동장.. 예전에 커피CF에서 쓰였던, 그 길을 걸으면서.. 탄천에서 축구하는 사람들 구경..
살곶이자동차전융극장의 거무틱틱 칙칙한 스크린도 구경.. 운동장을 종종걸음으로 걸어가는 사람들도 구경..

슬슬 그렇게 학교에 가서 실습실 구석 나만의 자리에 앉아 이미 하루가 연체되어버린 암리타를 읽는다.
좋은 음악과 함께 책에 몰입해서 즐겁게 독서를 마친후에 멍한 정신으로 이리저리 방황..
도서관앞 편의점에서 대충 점심을 때운후에 다시 올라와서는 이것저것 서핑하고 공부도 조금..

괜히 해지는게 찍고 싶어서 나갔더니만..이런.. 아침에 봤던 안개가 아직도 그대로 남아있다.
아니..그대로가 아니라 더욱 증폭되어서.. 강너머는 커녕..학교에서 1km정도 떨어진 아파트의 형태조차 보이지 않으니..
왠지 모를 찝찝함과 답답함..

저녁은...
예광촌에서 맛나게 해결... 떼르드글라스에서 산뜻하게 후식까지 마무리해주고..
올라와서는 조금 졸린 느낌에..뭔가를 하다가..집에 가기로 결정..

내려 가는 길에 새롬양과 만나.. 그녀의 판넬을 들어주며..잠시 한마당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감상..
그냥 가만히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려니..참 뻘쭘한 기분..
필름이라도 있으면 사진이라도 찍으련만... 내려오는 길에 마지막 한컷을 다 찍어버리고..
그냥..마냥..멍하니 서서 기다리다...

우울을 달래기 위해 곰인형을 사고, 맥주를 마시고, 이야기를 하고
그리곤 붉어진 얼굴로 집으로 오고..

집에 오는 길...
용산역에서 부평행직통을 탄다.
요새 한강철교를 지나갈때 공사구간..어쩌구 하면서 무척이나 늦게 달린다..
오전에 봤던 그 찝찝한 안개는 어디론가 가버리고.. 고수부지의 가로등주위를 곱게 둘러쌓고 있는
안개가 보인다.. 별로 멀지 않은 한강대교의 모습조차 희미하게 보이고..
덜컹덜컹..서서히 움직이는 전철의 조용한 분위기..조용한 안개..
좋다..

그렇구만.
목요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