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날

2004. 8. 2. 13:32daily

약간 긴 여행을 떠날때는 꼭 방을 미리 치워놓고 나간다.
여행에서 돌아왔을때 깔끔하게 정돈된 방에 들어가면 기분이 참 좋으니깐.

이번 지리산 여행을 떠날때는 기차 출발 시간이 촉박해서 준비물도 몇개 빠트리고
시간이 없다보니 방정리도 대충 해놓고 갈수밖에 없었다.

어제 집에 돌아오니 평소보다 훨씬 깔끔해진 방이 나를 맞이한다.
어무이가 간만에 내 방을 몽땅 청소하고 침대 시트며 이불도 다 빨이주셨다.
아으..개운해라.

돌아올 곳이 있기에 여행일거다.
돌아올 곳 없이 떠나는 것은 여행이 아니라 방랑이겠지




산에 갈때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냥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게 좋으니까, 땀을 흘리며 움직이는게 좋으니까
환한 별빛이 보이고, 덩실덩실 보름달이 춤추는 산장의 밤이 좋으니까 간다.

예전에는 여행을 떠날때 "이번에 가서 확실히 버리고 와야지" 혹은 "이번에는 확실히 해결해야지"
라고 생각하고 떠났었는데 결국 여행 기간 동안 내가 원래 지니고 있던건 그곳에서도 버릴수 없고
여기서 내가 얻을 수 없는 것은 그곳에 가서도 얻을수 없는 것이니

지금은 늘 가벼운 마음으로 떠난다
그곳에 가면 날 맞이할 새로운 광경들을 기대하며
떠날때는 다음에 또 올게.. 하는 작별의 인사를 하고
부담없이 살짝 들여다 보았다 다시 빠이빠이 하고 돌아오는 여행


아직까지 나는 여유있는 여행을 할 수 있는 여건도 안되고 능력도 안된다.
언젠가 그럴 내 마음과 몸의 준비가 된다면 지리산도 구석구석 훑으면서
더 많이 느끼고 더 많이 보았으면 좋겠다.

천천히 걷는 것이 빨리 걷는 것보다 더 어렵고, 천천히 결론내리는 것이 빨리 결론내리는 것보다 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