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오후

2004. 4. 17. 00:41daily

할일이 없는 날에는 종종 학교를 가곤 했다.
걍. 빛이 좋아서 집을 나서긴 했는데 어디를 갈까 망설이다보면
어느새 익숙하게 전철을 타고 익숙하게 용산역을 내려서 왕십리행 전철을 타고 학교에 간다
이는 내가 용산-왕십리를 다니는 국철 노선을 가장 사랑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게 학교에 도착해서는 걍 설렁설렁 인터넷이나 하고
다들 무언가 하고 있는 조용한 실습실에 앉아 서핑도 잠깐 하고 옥상에 가서 바람도 쐬고
그렇게 머엉하니 심심해 하다 할 꺼리를 찾으면 하고 없으면 걍 집에 오는 그런 생활


어제도 학교에 갔었는데.
농구를 간만에 하고 싶어서 갔지만 같이 짝짜꿍할 얼라들은 없고
과제며 이것저것하는 애들 사이에서 잠시 방황하다 집에 온듯.

생각해보면 내 대학생활은 학교를 다닐때도 늘 그런 식이었다
걍 컴퓨터앞에, 실습실에 처박혀 있기는 한데, 뭘 해야할지 몰라서
그냥 머엉..하니 있는 시간.
그러다 걍 노천에 가서 앉아있고, 잡생각하고. 가끔은 낮잠도 자는 시간

뭐 이런 식의 생활이 어찌보면 좋게 보일수도 있겠으나 문제는 이런 류의 생활이 꽤나 오랫동안 지속되었다는데 있따
그러다보니 학교에 가면 어느새 무기력해지는 이상한 증상까지 생기고..
결국 나에게 학교란 걍 학점을 따고, 잠시 도피하고 쉬어가는 곳이자, 머물러 있는 곳으로 느껴지게 된듯
3학년말부터는 수업을 제대로 들은게 별로 없는것같다. 그래도 시험공부는 적당히 했으니
성적은 적당히 나오긴 했지...
철없는 시절이여~
(사실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듯. -_-)



오늘 집에 오는 길에 KFC에 들러서 요즘 선전하는 텐더스마트초이스를 주문했따
우리 동네에 있는 KFC는 말만 패스트푸드점이지 슬로우푸드다..진짜로...
퇴근하고 7시반~8시 사이에 들르면 카운터에서 주문을 받는 직원은 달랑 한명..
앞사람 주문하는거 기다렸다 내가 주문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2-3분.-_-
그리고 음식은 그때부터 주섬주섬 차려서 주는데 오늘은 또 유난히 오래 걸렸다

한 10분동안 따분하게 기다리는 중에 앞에 사람들이 얘기하는걸 들었다
들고 있는 가방에 강의시간표 어쩌구 있는걸로 봐서는 카톨릭대 3-4학년정도 되보이는 여자애였다.
근데 갑자기.."어우. 온게임넷 카메라맨 이상해. 나 본방에도 대빵만하게 나오고, 그거 재방도 한단말야.
....성재 오늘 또 졌어.. 삽질했자나....걔 본선에서도 그러면 어떻하니.."
라는 말이 들린다. 오호 그렇군..재미있다,
스타중계 e스포츠..정착된듯.....

아...스포츠!
주말에는 자전거 한번 타고 농구 한번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