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여유시간에 뭘 하십니까

2008. 10. 21. 23:20daily

직업적 특성상 퇴근이 빠른 편이다. 아침  7시 조금 전에 집을 나서서 학교일 모두 마치고 바로 퇴근하면 4시반이면 집에 올 수 있다. 일찍 퇴근한다는건 즉 일이 별로 없다는 이야기인데 이상하게도 집에 일찍 오면 무척이나 졸리고 피곤하다. 오늘도 집에 5시 10분전쯤에 들어와서 출출한 허기를 달래기 위해서 냉장고를 뒤적거리며 대충 빵을 먹고 나서 6시에 시작하는 한국시리즈를 보면서 내 방바닥에 누웠다

잠을 깨보니 어느새 시간은 8시. 어무이가 밥먹으라고 깨워서 잠에서 깨자마자 저녁을 먹고 다시 컴퓨터앞에 앉아 어제 다운받아놓았던 패떴을 보고 서핑 잠깐 깨작깨작거리니 어느새 시간은 11시. 퇴근후 집에 와서 알차게 보낼수도 있었던 시간을 이렇게 보내버렸네


생각해보면 이렇게 편하게편하게 사는 것도 꽤 오래 된것같다. 공부라는 단어랑 거리가 꽤 먼 인간이라 새로운 뭔가는 잘 안 하려고 들고, 그러다보니 몸에 벤 게으름이 자꾸 같은 자리만 맴돌게 하는걸까. 

요즘 학교에서는 체육대회 반대항 경기 예선이 한창이다. 우리반 아이들은 축구와 발야구에 나가는데 두 종목 모두 순항하고 있다. 체육대회 예선을 준비하면서 10월이 될때까지 아이들에게서 한번도 볼 수 없는 눈빛이 보인다. 여자아이들은 자기들끼리 연습시간을 잡아 연습을 하고 남자아이들은 여자아이들 연습 도와주는 모습. 열심히 하고 싶어하는 모습들. 얘가 원래 이렇게 열심히 하는 애였나 싶은 생각이 들게 하는 모습들.

오늘 발야구 예선 경기가 시작된 1회초. 내 옆에서 경기를 하는 우리반 아이가 계속 떨리고 긴장된다고 하소연을 한다. 아 나는 가슴 떨리게 흥분했던 적이 언제였던가 생각해본다. 반짝거리던 열정은 10대나 20대의 전유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적어도 나처럼 게으르고 현상유지에 급급한 인간에게는 사치이겠지.

애들보다도 못한 담임이 되어서는 안되야겠다.


2008, 잠실


2008, 잠실


롯데월드 소풍 가서 찍은 사진이다. 요즘 사진 찍는것도 무지 뜸한 편인데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손가고 눈가는대로 사진찍는게 제일 속편한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