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는 길

2008. 5. 9. 01:28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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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황학동


은 끝까지 완벽했다.

본인의 성격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준비를 다 해놓으신것같았다. 고통을 참고 참는 넉달여의 투병시간을 지나,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오자 주위 사람들에게 모두 연락을 해서 한번씩 얼굴을 다 봤고. 얼굴을 직접 봐야 할 일가친척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에 둘러 쌓인채 오후 3시 37분에 우리 곁을 떠나셨다.

5월 황금연휴가 시작되는 첫 토요일 오후였다. 직장인들 초상때문에 회사 빠지지 말라고 연휴의 첫날이었나보다. 연휴기간 내내 날씨가 좋았다. 발인하고 장지로 출발하는 길은 그렇게 날씨가 좋을 수가 없었다. 어린이날이라 전국의 어린이들에게 좋은 기억을 주고자 그런 것도 있겠지만, 아빠가 미리 날을 골라 놓은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병세가 악화되어 큰아버지께서 미리 묘자리를 알아보러 다니셨다. 다른 어른들 모셔놓은 자리가 있긴 했는데 사정이 있어서 그곳으로는 묘를 쓰지 못하고, 공원묘지쪽에 알아봐서 아부지가 좋아할만한 양지바르고 전망좋고 주위에 걸리적거리는것 없는 곳을 골라놓았다 하셨다.

바람이 산들산들 불고 하늘이 눈부시게 반짝거리던 5월 5일. 아부지를 잘 모셨다. 날씨가 너무 반짝거려서 눈물이 날것만 같았다. 까마득하게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하늘과 아래 풍경이 참 좋아 보였다.

이틀후 삼우제를 지내러 다시 가보니 참 좋은 위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삼우제가 있는 날은 날이 흐렸다. 삼우제를 지내고 자리를 치우니 바로 비가 내렸다. 막 심어놓은 잔디에 물이 촉촉하게 배어들어 뿌리를 잘 내릴것같았다.

날짜며, 시간이며, 날씨며, 기타 등등 모든걸 다 계획해놓고 가신것같았다. 당신 평소에 그러하듯이.


봄꽃을 무척이나 좋아하셨는데, 꽃구경 가는걸 무척이나 좋아하셨는데. 요즘 그렇게 할짝 핀 꽃들을 제대로 못 보고 가셔서 미안하다. 아들내미가 대충 찍은 꽃사진이라도 올려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