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르고 벼르던

2005. 12. 30. 01:55daily

1.
일주일동안 벼르고 벼르던 방 청소를 어제 했다.
백수생활을 오래하다보니 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참 많은데 참 먼지가 금방 쌓인다.
청소한지 얼마 안된것같은데 왜 벌써 방구석 여기저기 먼지들이 난무하는지~
큰맘 먹고 간만에 창문 열어 환기도 시키고 청소기로 방 한번 주욱 쓸어줬더니 깨끗하네.
방 청소하는게 뭐 대단하냐고 하겠지만 내 방이 쫌 넓다. 와본 사람은 알겠지만 쫌 심하게 넓다 -_-;
뿌듯하다.


2.
석달동안 벼르고 벼르던 필름정리를 오늘 했다.
나란 인간이 어떤 규칙을 세우면 그 규칙을 잘 지키는 편이다. 패턴을 만들고 패턴대로 행동하는 인간이랄까.
사진을 정리하는데 있어서도 카메라 기종별로 폴더를 만들어 필름번호를 매기는 방식을
사진을 찍기 시작한 2000년부터 사용했는데 요놈 단점이 많다.
백업하기도 불편하고, 굳이 기종을 구분해서 관리해야 하는가 하는 의구심도 들고.

그래도 한번 정리해놓은건 어쩔 수가 없어서 계속 그 방식대로 하다 지난번 대대적인 DVD백업이후 정책을 바꿨다.
머리속으로는 정책을 바꿨는데 이 정책을 실행하기가 왜 그리 힘든지..무려 6개월이 걸렸다.
다행히 6개월동안 필름으로 찍은 사진이 15롤정도밖에 안돼서 새로운 방식으로 정리하는데 3시간정도밖에 안 걸렸다.
내 성격상 한번 시작하면 100롤이건 200롤이건 다 새 방식으로 해놓아야 직성이 풀리니.
이런걸 결벽증이라고 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ㅋㅋ

사진 정리를 싸악 해놓고 업데이트의 의지에 마구마구 불타올랐는데 수술이 태클을 거는 바람에 사그라들었다.


3.
6개월넘게 벼르고 벼르던 귀의 사마귀 제거 수술을 오늘 했다.
사마귀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체가 오른쪽 귀에 났더랬다. 난지 한 6개월정도 된것같은데
집에서는 맨날 병원가면 금방 띌 수 있으니 얼렁 띄라고 했지만 신체발부수지부모를 철썩같이 존중하는 나로서는
부모님께 받은 몸을 함부로 건드리고 싶지 않은 마음에 그냥 냅두었드랬다. -_-v

음..이것도 나쁜 버릇이다. 예전에 양쪽 엄지발가락에 발톱이 파고드는 증상이 있을때도
무려 3년여를 그 아픈 발가락으로 생활을 했더랬다. 그때도 집에서는 병원가라고 성화였지만
냅두면 나을거라는 나의 주장으로 3년을 버티다 결국 병원에서 수술 산뜻하게 해주고 끝났다. 3년 걸렸다.

암튼 그런 쓸데없는 고집을 부리다 걍 오늘 병원가서 수술을 받았다.
10분정도 걸리는 수술로 귀부분을 국소마취하고 사마귀로 추청죄는 부분을 잘라내고 다시 꼬매는 작업.
의사 말로는 간단한 수술이고 마취하기 위해 주사를 놓을때만 아플거라고 해서 마음 놓고 있었다.
옆으로 엎드려서 수술이 끝나길 기다리고 있는데 이게 귀부분의 수술이다보니 수술현장음이 참 생생하게 들린다. 가위소리, 실소리..등등등-_-;

아무튼 마취가 되어있으니 별 감각이 없어서 소리쯤은 그냥 넘길 수 있었는데 이 마취가 슬슬 이상하다.
의사말로는 마취가 2-30분은 간다고하고 어떤 사람은 40분도 간다고 하는데
나는 수술이 시작한지 6-7분쯤이 지나니 슬슬 감각이 돌아온다. 처음에는 누가 건드리고 있는지도 모르던 부분이
슬슬 감각이 돌아오고 지금 째지고-_- 있는 부분들에 대한 통증이 저 멀리서부터
아련하게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한다. 오노.

의사한테 말을 했더니 마취가 이상하게 빨리 풀린다며 빨리 한댄다.
네네.. 하고 가만히 누워있었지만 슬슬 마취가 풀리는 상황에서 내 귀를 꼬매는 느낌. 매우 괴롭다.
한 2분정도 그렇게 괴로운 시간을 보내고나서 드디어 수술이 끝나고 엉덩이에 주사 한방 맞고 병원을 나왔다.
아.귀가 얼얼. 마취기운은 하나도 안 남았다.

발가락 수술에 이어 이번에는 귀 수술이라니 몸의 말단부분에 자꾸 탈이 나는구나
몸의 가장 큰 말단인 머리에나 이상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