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

2004. 10. 29. 10:06daily

왜 운동도 중독된다고 하지 않나.
특히나 마라톤같은 경우 처음에는 힘들지만 이게 한번 맛을 들이면 계속 달리고 싶어서
너무 많이 달려서 무릎이 망가졌는데도 또 달리다 아예 작살나는 사람도 있고
MTB의 경우에도 "산뽕" 이라는 용어가 말해주듯이 한번 산에서 타는 것에 맛을 들이면
자전거 타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하다고 하는데 생각해보니 어제 저녁에 나도 그랬다.

저녁에 칼퇴근하고 집에 와서 어무이가 해주신 맛나는 김치찌게에 밥 한그릇 뚝딱 먹고
간만에 운동이나 해볼까~ 해서 츄리닝에 농구공 하나 덜렁 들고 동네 카톨릭대에 갔다.
날도 쌀쌀하고 시간도 9시가 다 되어서 운동장에는 사람도 별로 없었고, 걍 혼자서 슛하고 놀고 그랬는데.
또 오랫동안 농구 안하다 하다보니 감각을 잃어버려서 슛이 무지하게 안 들어가는 것 아닌가..
원래 뭐 출중한 실력을 자랑하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왠만큼은 들어가줘야 농구할 맛이 나지.
짜증날 정도로 안 들어가니 갑자기 오기가 생겨서 계속 하게 되었다.

운동할때 가장 중요한건 폼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폼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 자기가 편한대로 하면되는거지~
라 생각했는데 새삼 느끼는 것이지만 폼이 좋으면 정말 좋다. (뭔 소리냐-_-)
머리속으로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해볼까 요리조리 궁리하며 조금씩 다르게 해보다가
딱 필이 오는 자세가 있어서 해봤떠니..오호라.. 결과가 좋구나..
그 느낌을 잃지 않으려고 계속 슛을 던졌는데 계속 들어간다..~ 에헤라~
슛 50개만 넣고 집에 가려고 했는데 50개를 넘겨서도 계속 슛을 하게 된다.

마음이 조급해지면 슛이 안 들어간다. 자세가 흐트러진다.
다시 아까 했던 자세들을 떠올리며 차분하게 하면 잘 된다.
그렇게 계속 슛. 슛 하다보니 어느새 운동장이 조용해져있다.
저녁시간에 조깅하러 나온 사람들은 모두 집에 가고
운동장 벤치에 앉아 얘기하는 한 커플과 나만 드넓은 운동장에 남아있다.

보름달이 뜬 밤
하늘에는 몽실몽실한 양털구름이 깔려있었고
달빛이 환하게 비쳐주고 있었다.
기분 좋다


다음을 기약하며 뻐근한 몸을 이끌고 집에 와서 시계를 보니
혼자서 꼬박 두시간동안 놀았다. 농구하러 갈때 시계같은거 안 가지고 가서
얼마나 오랫동안 했는지는 생체시계(= 피곤한 정도)에 의지하게 마련인데
오늘 생체시계는 늦게 갔나보다.


에구구
뻐근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