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며칠

2004. 4. 6. 10:27daily

빛이 좋았던 그 며칠
나는 천안이며 아산이며 온양이며
그곳을 거닐었고 빛은 좋았고 마음은 차분히 즐거운 상태

서울행 고속버스
늘 타던 우등이 아닌 간만에 타는 일반 버스
옆자리 앉은 아가씨때문에 은근슬쩍 귀찮고
(별로 이쁘지도 않고 관심도 없었음을 말해두고 싶소!)
건너편 아저씨가 커튼을 제대로 닫지 않아서 햇빛이 계속 얼굴로 내려쬐는 바람에
잠을 자기가 상당히 불편했던 고속버스

여행을 갔다 집으로 돌아오는 그 시간
여행에서의 순간들을 떠올리며 기분 좋아하고
또 집으로 가는 그 고유의 느낌을 맘껏 즐기는 시간이 좋아
서울에 가까워 올수록, 아..익숙한 곳이나. 라고 온몸으로 느끼는 그 순간


서울에 도착한 버스에서 내려
아직 덜 핀 꽃들 사이를  두시간동안 걸었다
괜찮은 현상소가 있다는 말에 남은 필름도 소진할겸 겸사겸사 걸었는데
고속터미널에서 출발, 예전 회사가 있던 논현역 근처를 지나
또 예전 회사가 있던 강남구청역을 지나 청담역까지 가는 길

꽤나 도심의 한가운데에 있음에도 일요일 저녁의 도심거리는 한산하고 조용하고 고요하고
해가 어두워져도 아직 반응하지 않은 가로등때문에 해지는 시간의 거뭇거뭇
푸르스름한 빛이 가득한 거리를 혼자 걷고 있으려니
어딘가 조금 무섭고 서늘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결국 두시간 30분을 걸어 전철역에 도착, 무거운 몸을 뉘이고 잠시 눈을 붙이는데
아 온몸이 뻐근하고 삐걱삐걱한 이 느낌... 그래 살아 있구나






평온한 식목일
늘 가던 시애틀에서 커피 한잔 시켜놓고
열심히 이야기꽃을 피우고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순대와 김말이 김밥을 먹고 집에 와서는
3일의 연휴를 끝냈다


아.
3일의 연휴의 부산물은
1. 봉지과자의 유혹때문에 사놓은 도리토스 큰봉지 하나, 조쳥유과 먹다남은 반봉지
2. 연휴동안 찍은 필름은 6롤. 맡기지 않은 두롤은 조만간 빛을 볼거야
3. 간만에 광합성을 실컷 한 나와 내 카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