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도....

2001. 11. 9. 01:53daily

예전에 한번 오이도에 가고 싶어서 훌쩍 4호선을 타고 종점까지 가서
버스를 다시 타고 목적지에 도착한 적이 있는데 알고보니 그곳은 오이도가 아닌 소래포구였다...
오이도역에서 갈수 있는 바닷가가 오이도수산시장인가..어쩌구..하는 곳과 소래포구 두곳이었다..
결국 그냥 예전 수인선협궤열차의 추억만을 곱씹으며 시장통인 소래포구만 구경했는데..
오늘은 드디어... 오이도에 다녀왔다..


아침에 일어난 시간은 12시..
-- 생각해보니 백수일기 매일 쓸때마다 아침에 몇시에 일어났는지는 꼭 쓴다.......
-- 매일 등장한다는 것은 결국 그게 그렇게도 중요하다는 소리겠지....
-- 암..중요하구말구... 요새는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에 따라 기분까지 달라지니....
암튼..일어나서 바깥이 시끄러워 내다보니 엄마가 조금은 이른듯한 김장을 하고 계시네..
이모랑 같이 두분이 이런저런 이야기하시면서 배추속을 만들고 계셨다..
어제 내가 밤에 팔아프게 쪄놓은 마늘은... 햇빛을 받아서 노란색이 아니라 푸르스름한 색으로 변해있었고...

김장때문에 바쁘다고 엉겹결에 점심은 가족 모두가 짜장면으로 때우기로 했다..
(짜장면이 먹고 싶어서 은근히 내가 주장하기도 했지만~~~)
그렇게 짜장면을 먹고..잠깐 집을 본후에..... 오이도로 갈 채비를 했다..
사실...짜장면 시킬때쯤에 생각난거였다..오이도나..가볼까...하는 생각..

결국 그래서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 임뉴를 꼬셔서 오이도로.....
금정에서 만나기로 하고..조금 늦겠다는 임뉴의 말에 집에서 슬슬 출발..
구로역에서 수원행을 한대 보내면서 사진 몇장.찰칵... 지금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 준비로..후후;;;;;

금정역에서 우연처럼 내가 내린 바로 그 출구 바로 앞의 의자에 앉아있던 임뉴와 만나서 오이도행 전철을 타고..
언제나 느끼는거지만, 수원행이나, 안산행전철을 타면.. 정말 전철이 어쩜 이렇게 황야...벌판으로 달리는지...
창문으로 보이는 풍경은... 허허벌판, 혹은 추수를 끝낸 논, 아니면 횡하니 지나가는 고속도로...
간혹간혹 보이는 집들.. 그리고 횡한 전철역.....
시월애에 나오는 전철역이 안산부근이었는데..알고보니 중앙역.....
에...중앙역이라는 영화도 있는것같은데..그것과는 별로 상관없는것같고.~~~~ 암튼..지나가서..

오이도 도착.. 왠지 출출한 마음에 뭘 먹을까..하다가 역전에 있는 분식집에서 순대와 오뎅두개와 토스트를 먹다..
토스트... 얹어주는 계란.. 무지하게 두껍고.. 마요네즈에 케챱에 머스터드소스에.. 푸짐하게 해서....
하나 먹었는데..정말 배부르고 맛이 죽인다...오오오..
그러나....... 비싼만큼 무지하게 비싸다.. 순대,오뎅,토스트 해서 오천원이라니!!!!!!!
순대 2000원 오뎅 개당 500원 토스트 2000원이란 말인가..허허허허..
학교앞에서는 조금 얇긴 하지만 천원인데..흐흐흑;;; 눈물을 머금고 낼수밖에 없었따.
이넘의 가게는 왜 가격표가 없는건지..메뉴에 가격이 안 적혀있다... 고의로 그런듯..나같은 사람을 노리고..

지난번에는 소래포구를 갔기에 이번에는 오이도를 향하는 버스를 타고.. 출발.
소래포구는 한 10분을 타고 가면 됬는데. 오이도는 왠지 조금 먼 느낌..
거기 일몰이 그렇게 유명하다는데.. 버스에서 보니..이미 해가 질려고 폼을 잡고 있따..
안타까운 마음에 하늘만 계속 쳐다보면서 으으으~~ 얼렁 도착해라~~ 빌었따....

오이도에 도착하니..가장 먼저 보이는건..갯벌...
여기서..포항에서 올라온 촌소녀..임뉴는 소리를 지르며..감격한다...
오오오..이게 갯벌이란 말이냐.... 하면서..후후후;;;;;;;;;;;;;;;

일몰사진...마구마구 찍어대고.. 하늘사진.. 갯벌사진.. 얼핏 보면 다 같은 일몰같지만
일몰이나 일출사진을 찍을때는 1분1분갈때마다 계속 하늘의 분위기가 급변하기때문에..
똑같은 장소에서 여러장을 연달아 찍는 일이 많아 진다......
그렇게 여러번..반복해서 셔터를 누르는 일이...
참...좋다...
셔터를 누르는 쾌감... 내가 정말 좋아하는 느낌..
사진의 결과물을 보는 즐거움보다, 요새는 찍는 즐거움이 더 큰듯하다.........

오랫만에 걸려온 개인적인 전화를 받으며..떠들다보니..
벌써 어두워진다... 바닷가라.. 바닷바람도 쌩쌩불고..춥다..호호.....입김불기...

문득...전화기 총통화 시간을 확인해봤따..
내가 개통한게 7월초였던것같은데 지금까지 4시간 썼다..내가 건 시간...4시간.........
하긴.개통하고 나서..기본요금이 19000원인데 거의 계속 21000원-23000원선을 맴돌곤 했으니...
그렇게 통화를 한적이 없었던 모양이다..
어쩐지... 밤마다 전화기를 노려보는 일이 많아지더라..
어쩐지... 전화기가 자기 외롭다고 좀 써달라며 째려보는 일이 많아지더라...

어둑어둑해진 해변에서 마지막 투혼을 불사르며 필름 두통을 그렇게 샤샤삭 찍어버리곤..
집으로 향하는 전철에 올랐다......
종점에서 출발하는 전철... 행선지까지 남은 시간은 70분 남짓.... 그 긴시간...
자리에 앉아 그냥 멍..하니 있기만 해도 왠지모르게 맘이 편하고....
학교 가는 길에는 25분정도 타고, 갈아타서 다시 20분정도 가는 길이라서....
이렇게 오랫동안 허리아플정도로 앉아본적이 없는것같다.

그렇게 긴 시간 지하철을 타고 홍대로 가서 필름을 맡기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 오락실에 들러서 오락 두판 해주고...
집에 와서는 늦은 저녁..라면 끓여먹고.......
아직까지 꺼지지 않은 배를 두드리며 이렇게 백수일기쓰고 있는 나.

사람은..
좋아한다는건
마냥..좋기만 해서 좋을수도 있지만
그냥..그 사람의 실체가 그대로 다가올때..
그 추한 모습이나 바보같은 모습까지 그대로 다가올때
그걸 내가 받아들임으로써..정말 반가이.. 그 사람을 맞이할수 있는것같다.
그런 생각..요새 줄곧 한다.....

모처럼 맘이 편하다..
이상한 일이지.
내 주위 사람들이 유난히도 맘이 불편한 날에는..
난 왠지.. 그 사람들의 이유를 생각하면서 괜히 맘이 편할때가 있다.
놀부심보인가..후후..;;

집에 와서 시월애를 봤따.
유선에서 며칠전에 티비에서 한걸 다시 보여주는거..
뒷부분..20분만 봤다.
좋은 영화.
지금 시월애 OST들으면서 글쓰는중...
잘 만들어진 OST..영화대사도 적당히 잘 들어가 있고..

좋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