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여름날

2008. 8. 6. 03:15daily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8, 양평



1.
가족들과 함께 조촐한 휴가를 보냈다. 정말 조촐하게 다 같이 양평집에 가서 하룻밤을 자고 온것이다. 누나랑 매형이 약국을 운영하기때문에 약국이 쉬는 일요일을 이용해서 다녀왔다. 토요일 밤에 집에서 출발해서 양평에서 하루 자고, 다음날 아침부터 온 집안을 청소하고 정리한 후에 아부지 산소에 다녀왔다가 작년 이맘때쯤 아부지랑 왔다고 하는 옥천의 숨겨진 맛집에서 냉면을 먹고 다시 양평집으로 돌아와 삼겹살을 구워먹고 밤 11시에 길을 나서 월요일로 가는 새벽1시에 집으로 돌아온 간략한 일정

아부지가 떠나신지도 벌써 3달이 지나고 있다. 불과 6개월전에는 아부지 병원과 집을 왔다갔다하며 극도로 피폐한 삶을 살았었고, 1년전에도 아부지는 병원에 계셨었다. 그리고 지금은 평온한 여름밤. 라디오를 틀어놓고 예전에 찍었던, 찍은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사진을 보면서 풋풋한 마음이 되어 있다

양평에서 가족끼리 시험을 보내며, 쓸데없는 농담을 하며 누나랑 동생이랑 엄마랑 매형일 웃으면서, 이렇게 시간이 가는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아부지 생각이 났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가는구나 하는 생각. 과연 아부지는 우리가 어떻게 살길 바랬을까. 난 어떻게 살면 좋게 사는걸까. 이런 류의 자아비판적인 생각을 3초씩 해줬다.

난 아마도 하늘하늘 살고 싶었던것같은데, 아부지가 내 나이 29살이었을때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예전에 물어봤으면 좋았을걸. 아깝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8, 홍대


2.
생활은 늘 반복이다. 환기->다짐->무변화->환기->다짐->무변화 의 연속.

오늘은 환기의 날이다. 바보같이 넋나간 사람처럼 습관적으로 티비를 켜놓고 서핑하는 습관을 버리고, 선물받은 예쁜 라디오로 음악을 들으면서 오랫만에 나에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또 한번 환기한다. 아 나는 지금 이렇게 흘러가고 있구나.

그리곤 지금 조금 어긋난 현재 지점을 파악하고 어느 지점을 다시 목표로 삼을지 찾아본다. 보통은 사진 속에 답이 있더라. 내가 찍은 사진은 잘 찍은 사진은 아니지만 내가 찍은 사진이기에 내가 참 잘 알 수 있다. 왜 찍었는지, 그리고 무슨 의미가 있는지

그래서 이 사진을 골라봤다. 내 카메라는 참 좋은 카메라기에 원본에 별 손을 대지 않아도 이렇게 사진이 자알 나온다. 그냥 이 사진의 느낌이 요즘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8, 인천대공원


3.
움푹 파여서 상처가 깊었던 손가락에 이제 새살이 돋아나고 있다. 사랑하고 있어서 행복하다.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