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였으면

2004. 1. 11. 01:40good

그때 나였으면

아무 말 없이 화분을 손에 건내주며
악수하자 내민 손에 악수하며 뒤돌아서 걸어가진 않았을거야
서로 반대방향으로 걸어가며 잠시 뒤돌아보며 눈 마주쳤을때
방긋 웃으며 잘가라 손 흔들지도 않았을거야
옆에 있는게 괴로워서 일부러 빨리 걸어가며 조금이라도 벗어나려 안했을테고
벚꽃이 날리는 그길로 굳이 가지 않았을거야


잡은 손은 놓지 않았을 것이며
묵묵히 뒤돌아 속으로 곱씹는 것도 못하고
소근소근 들으면서 혼자 웃을수도 없고
바람 부는 가운데서서 나 혼자 웃을 수도 없고
혼자 다시 그런걸 하지도 못할거야
받은 화분은 내가 키울것이며
화분을 받을 사람이 내게는 어떤 의미이며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지 구구절절 얘기할거고
그동안의 나는 이랬었고, 이랬기때문에 지금 여기에 선 나는 이럴거다 하고
또 한번 구구절절 얘기할것같고
웃을 수 없을 것같아.



사랑이 가는 것
그리고 사랑이 오는 것
보듬어 안고 가꾸는 것
마음속 깊이 담아두는것
지워버리는것
영원히 깊이 새기는 것
모두 다 삶이 주는 선물이겠구나



* 봄날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