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교사란

2007. 1. 19. 01:12daily

그냥 학교에서 쉬운 워드나 엑셀 파워포인트나 가르치고 남은 시간에는 여유있게 탱자탱자 노는거 아니냐는 이야기를 가끔 듣곤 한다. 나를 잘 아는 사람의 경우에는 특히나 더. 내가 좋아하는 직업이 딱 그런 취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지도.

2006년 3월. 처음 교단에 섰을때 한달동안은 정장을 입기로 속으로 마음먹었드랬다. 태어나서 정장을 입은게 다섯손가락에 꼽을 정도였지만 이왕 산 정장 잘 입어보겠다는 마음과 그래도 학교인데 첫 한달은 그렇게 해주는게 좋지 않겠냐는 생각이었는데 3주만 입고 관뒀다.

이노무 컴퓨터교사라는 직업이 도무지 정장을 입고 가게 만들지를 않는다. -_- 다른 학교에는 전산보조하는 공익요원이 있거나, 아니면 정보부에 교사가 여러명이거나 해서 담당교사가 직접 손을 걷어부치고 일할 기회가 많지 않은데 울학교는 정보부라고 해봐야 꼴랑 나하나. 게다가 3월에는 뭐 그리 맛이간 기계가 많고 손볼 컴퓨터가 많은지. 먼지 수북한 컴퓨터를 손보려다보니 늘 목장갑을 휴대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정장에 목장갑이라는 언밸런스한 조합은 피하게 되었다. 이노무 3D업종!


암튼 오늘 간만에 학교에 가서 아침 10시반부터 오후 5시까지 화이트칼라다운 지식노동보다는 블루컬러다운 육체노동을 하다 왔다. 새로운 컴퓨터가 들어올 때마다 다 내손을 거쳐야하니 이거야 원. 시스템을 바꾸고 싶어도 마땅히 맡아줄 사람도 없고 걍 할줄 아는 내가 노가다하리고~ 라는 마음으로 웃으며 해줬다. 다행히도 오늘 들어오는 컴퓨터는 모두 행정실에서 쓰는 것들인데 이 양반들이 알게모르게 학교의 실세들인지라 이분들과의 이런 경험을 통해 쌓은 돈독한 우정이 학교생활에 이런저런 편리함을 가져다준다는걸 잘 알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일을 했다. 어짜피 해야하는거 즐겁게 하자는 이런 행복한 마인드~ 아 좋아좋아.


학교에 이력서가 쏟아져 들어온다. 공개채용 마감이 토요일. 오늘은 이틀전이었는데 오늘은 한 5-60통의 이력서가 들어온것같다.  이력서가 가득 담겨 있는 박스에서 내 이력서를 골라놓았다. 기분이 묘하더라. ㅋㅋ


아 뜨겁게 지나가는 겨울방학의 하루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