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해
2005. 3. 15. 17:10ㆍdaily
한없이 시간이 많아지니 이상하게 한없이 우울해져버렸다. 아침에 알람소리에 눈을 떠서 알람 두개를 끄고 다시 침대로 들어가 눈을 감고 눈을 뜨면 이미 정오를 지나 1시. 점심을 대충 차려먹고 방에 와서 책상앞에 앉으면 2시. 몇군데 둘러보고 이제 뭐할까 하며 시계를 보면 3시반. 나가자니 늦은 시간. 집에 있자니 답답. 뭐할까 계속 생각하다보면 어느새 시간은 5시. 또 오늘의 해는 지고 있고. 내 하루는 이렇게 사그라 들려고 하네
예전에 수능을 보고나서 대학교에 입학하기 전에도 지금처럼 공백의 시간이 있었다. 수능을 잘 봤으면 원하는 대학에 딱 들어갈 수 있으니 맘편히 운전면허도 따고, 알바도 하고 그럴텐데 수능을 못보는 바람에 수시부터 시작해서, 특차, 정시 여기저기 원서쓰고 논술 공부한다고 폼잡고 하느라 그 좋은 시간을 그냥 허비했다. 준비한다고 하지만 사실 지금처럼 특별히 할 게 없는 시간이 더 많았는데 그렇게 시간을 흘려버리고 나니 나중에 여유시간 없는 학생때, 또 더 여유시간이 없어지는 회사다니는 시절에는 늘 아까웠다. 왜 그때 제대로 시간을 보내지 못했을까 하고.
생각해보니 지금이 그때랑 비슷한 시기다. 분명 시간은 많고 할 수 있는 것도 참 많은데 가슴속 에너지의 부족인지, 아니면 어디로 갈지 갈피를 못잡아서 인지 시간을 계속 버리고만 있으니. 그러면서 마음속으로 뭔가 해야하는데..하는 조급합이 생기고. 암튼 그래서 요즘 마음이 꽤 예민해져있다.
그래도 마음이 예민해져만 있으면서 그 예민한 마음을 달래지 않고 그 상태 그대로만 있으려는 이 나쁜 버릇. 이거 하나는 반드시 고쳐야 겠다. 나를 좀먹어들어가는 느낌. 영 싫으니까.